지난 16일, '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 평가지표'가 발표됐다. 조선일보 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분야 싱크탱크 조직인 ㈜CS컨설팅&미디어, 공익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인 ㈜플랜엠, 성공회대 사회복지 연구소가 머리를 맞대고 지난 수개월간 연구한 결과다. 국내 기업사회공헌 전문가들과 실무자 100여명도 심층 인터뷰, 설문조사 등에 참여했다. 그동안 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성과를 측정하기도, 사회공헌 업무 성과를 평가하기도 어려웠던 기업 담당자들은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 많은 기업에서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성과를 평가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또 업무 가이드라인을 얻는 좋은 참고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표의 세부내용과 활용법을 소개한다.
이번에 발표한 '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 평가지표'는 크게 기획, 실행, 기업적 가치, 사회적 가치의 4가지 분류로 평가한다. 총 57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가진단 후 주어진 가중치를 반영하여 점수를 환산하여 100점 만점 내 해당 점수를 구할 수 있다.
첫 번째 대분류 '기획'에서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조사가 있었는지, 기업의 전체 사회공헌 전략과 연계되는지, 프로그램의 목표와 세부 내용, 예산에 대한 계획이 구체적인지 등을 다룬다. ㈜플랜엠의 김기룡 대표는 "기업사회공헌 전문가들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프로그램 평가에 있어 기업의 사회공헌 전략 전체와의 연계성을 상당히 중시함을 알 수 있었고 이는 기업사회공헌 담당자 7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략적 사회공헌'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결과다.
'실행'에서는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기업 담당자가 충실하게 업무를 수행하였는지, 파트너 기관 및 대상자와의 커뮤니케이션과 관계는 어떠하였는지, 예산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하고 관리하였는지 등을 다룬다. 특히 파트너 기관 및 대상자와의 커뮤니케이션과 관계에 대한 지표들은 파트너기관의 실무자가 응답하도록 구성하고 있다. 중분류 12개의 환산 가중치 평균 8.33점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가중치(10.39·그래프 참조)를 받아, 프로그램 평가 전체에서도 꽤 중요하게 다뤄진다. 심층인터뷰에 참여했던 기아대책의 안연진 기업개발본부장은 "진정성과 지속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뽑았다. "해당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대한 진심과 열정이 있는 기업과 협력할 때는 확실히 그 성과가 다릅니다. 반면 아무런 비전이나 마인드가 없는 경우는 많이 힘들죠. 커뮤니케이션도 힘들고, 수행과정에서 변수가 발생하여도 반영되기가 쉽지 않고요. 그래서 파트너기관으로서는 기업의 진심, 실무자의 열정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세 번째 대분류 '기업적 가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홍보, 이해관계자 관리, 조직문화 향상 등 기업 경영에 기여하는 부분을 평가한다. 자문단으로 참여한 포스코 사회공헌팀의 나영훈 과장은 "기업사회공헌은 그 본질상, 기업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둘 다 추구해야 한다"며 실제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문화 향상, 지역사회와의 상생 등의 성과를 거둔 경험을 덧붙였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기업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사회적 가치 추구와 대립되거나 사회적 가치 추구에 지나치게 앞서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기업사회공헌의 근본이니까요."
마지막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다루었다. '사회적 가치'의 정량적 평가가 쉽진 않으나, 현장의 필요를 반영해 최대한 가능하도록 지표를 설계했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창출된 편익(benefit)이 어느 정도인지, 사회적 인프라 확충, 인식 및 관심 증진 등 사회적으로 미친 파급력이 어떠한지 등을 평가하고 있다. 특히 정량적 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분야 전문가로 자문단을 구성하여 정성적 평가를 받는 지표들도 포함하고 있다. 자문단으로 지표개발에 참여한 다음세대재단의 방대욱 총괄실장은 "그동안 대상자 수, 자원봉사자 참여자 수 등 '셀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측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지표의 의의를 강조했다.
"프로그램의 사회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보는 것은 프로그램의 효율과 효과를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게다가 전문가의 정성적 평가를 통해, 거시적이고 총체적 관점에서 자사 프로그램을 되짚어볼 수도 있고요."
특히 '사회적 가치'에 대한 중분류들 중 하나인 '사회적 파급력'에 대한 가중치는 전체 12개 중분류 중 10.58점으로 가장 높게 나왔다. 사회적 인프라 구축, 프로그램의 복제와 확산, 국민의 인식과 관심 증진 또한 기업사회공헌의 주요한 역할이라 여기고 있는 셈이다. ㈜CS컨설팅&미디어의 허인정 대표는 "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자사 내 하나의 프로그램에 그치기보다는, 더 많은 기관과 대상으로 퍼져 우리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지표의 활용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사회공헌 프로그램 운영 업무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바람직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라면 갖추어야 할 사항을 지표의 형태로 담고 있는 셈이다. 즉 지표 하나하나마다 제시하고 있는 해설, 측정방식, 부가설명 등의 내용들이 각각에 대한 세세한 가이드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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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정 더나은미래 기자 ohy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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