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아프리카 문맹퇴치' 봉사하러 가는 젊은이 18명

ACEF 10-10-06 23:01 2,353회
▲ ‘아프리카 희망 브릿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젊은이들이 16일 발대식을 마친 후 서울 유네스코회관 옥상에서 아프리카에서 온 현지 활동가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이들의 환한 미소, 검은 대륙에 퍼지리

취업 미루고 직장 그만두고 2년간 남아공 등 6개국에…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 도움줄 수 있어 기쁩니다"

"필리핀에 유학가서 대학 다닐 때, 가난한 사람을 돕겠다고 NGO가 소개해준 가족을 찾아갔어요. 3대(代) 여섯 식구가 호수 위에 방 한 칸짜리 판잣집을 지어놓고 물고기를 잡으며 살고 있었죠. 그들과 살다 보니 '진짜 가난한 건 나 자신이구나'란 생각이 드는 거예요. 해진 옷을 입고 늘 허기져 있으면서도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아름다웠거든요. 그때 결심했죠, '가난한 사람들과 살면서 그들 삶에 필요한 것을 찾아주는 사람이 되자'고…."

한국으로 귀화한 필리핀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강슬기(24)씨는 두 달 전 직장(주한 필리핀관광청)을 그만뒀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국국제협력단·삼성전자가 주관하는 '아프리카 희망 브릿지'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다음 달부터 2년간 남아공에서 그곳 사람들에게 글자를 가르쳐 준다.

'아프리카 희망 브릿지'는 한국 젊은이들을 아프리카에 보내 문맹을 퇴치하고 지역개발을 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이번에는 남아공·레소토·르완다·말라위·짐바브웨·잠비아 등 6개국에 파견된다. 3대 1의 경쟁을 뚫고 18명이 선발됐다. 16일 오전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발대식이 열렸다. 전택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전 세계 문맹 10억명 중 3억명이 아프리카에 있는데, 그 중 70%가 여성"이라며 "브릿지 젊은이들이 이들 아프리카 여성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주관 기관들은 젊은이들이 2년 활동을 마치면, 그 나라 대학원이나 국제기구에서 지역전문가 양성과정에 참여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프리카 희망 브릿지'에 선발된 젊은이들은 50일간 경기도 이천 유네스코평화센터에서 합숙하며 언어와 다문화 훈련을 받았다. 영어와 현지어 배우기는 기본이고, 옥수수 줄기를 태워 숯으로 만드는 방법이나 자전거 페달을 활용해 우물물을 끌어올리는 법 등 실생활에 써먹을 지식도 익혔다. 현지 활동가들로부터 아프리카 사람이 좋아하는 색깔과 인사법, 전통춤과 노래도 배웠다.

대학에서 토목환경시스템공학을 전공한 고권혁(25)씨는 남아공 안의 내륙국 레소토로 간다. 고씨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크고 넓게 일하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취업보다 봉사가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주민에게 도움되면서도 공정한 개발이 뭔지 찾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말라위로 떠나는 이승룡(25·순천향대 청소년교육상담학과)씨는 "봉사자만 만족하고 봉사 받는 사람들은 별 감동이 없는 프로그램도 많은데, 브릿지 사업은 현지인과 함께 살며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며 "그동안 부지런히 참여해온 청소년캠프 덕에 아이들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다.

김경은 기자 e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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