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몽골에 '착한 공장' 세운 한국인들

ACEF 10-12-28 04:40 3,148회
▲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축열기 ‘지세이버’공장 개장식에서 직원 볼로르마(왼쪽)씨와 축열기를 개발한 김만갑(가운데) 교수, 그리고 굿네이버스 이일하 회장이 제조 공정을 둘러보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 축열기 공장 설립… 김만갑 교수는 생산기술 기부
수익금은 현지인들에게 환원

지난 17일 낮 1시(현지시각)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성근하이르항 지역에서 축열기(蓄熱器)인 '지세이버(G-SAVER)'를 생산하는 공장 개장식이 열렸다. 국제구호개발 NGO(비정부기구) 굿네이버스의 이일하(64) 회장은 "집집마다 지세이버를 설치하면 지금까지 쓰던 유연탄이나 장작에 비해 난방비와 매연이 모두 절반으로 줄어든다"며 "혹한과 공해에 시달리는 몽골인을 위해 지은 공장"이라고 말했다.

지세이버는 게르(몽골 전통의 천막으로 지은 집)에서 생활하는 몽골인들을 위해 만든 열 보전 장치다. 알루미늄과 아연 합금 재질로 된 20L짜리 통 안에 맥반석과 진흙, 산화철 등이 들어간 간단한 장치다. 여기에 연통을 붙이면 새는 열을 붙잡아 오랫동안 따뜻하고 매연도 줄여준다.

6개월이나 계속되는 몽골의 겨울은 평균 온도가 영하 38도에 이른다. 몽골인 볼로르마씨는 "6년 전에는 기르던 양·염소 200마리 모두가 혹한을 못 견디고 죽었다"며 "그때 유목을 포기하고 게르 하나만 들고는 울란바토르로 왔다"고 했다. 볼로르마씨처럼 혹한 등으로 유목생활을 청산하고 울란바토르시로 온 게르촌 주민이 20만명에 달한다. 극빈층인 이들은 난로에 땔 유연탄과 장작을 사는 데 한 달 평균 생활비의 절반을 쓴다고 한다. 게르에서 뿜어져 나온 매연도 심각해서 겨울엔 울란바토르시에서는 시계(視界) 30m에 불과한 날도 흔하다. 현지 의사 노로브수렝(38)씨는 "겨울 공해 때문에 만성 이비인후과 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고 기형아 출산율도 높아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몽골의 추위와 매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선 사람은 몽골국립과학기술대학 김만갑(54) 교수다. 김 교수는 "혹한에도 학구열에 넘치는 몽골 제자들을 돕고 싶었다"며 "한국의 온돌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하지만 쉽진 않았다. 이런저런 축열기를 50개 넘게 만들어보고 게르에서 난방실험을 수백 번 거듭한 끝에 지난해 11월에야 성공했다. 김 교수가 개발한 지세이버를 대량 생산하는 일은 굿네이버스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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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양모듬 기자 modyss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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