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봉사에서 얻는 것들
ACEF
05-12-26 11:38
1,532회
김진홍 (재)아시아문화교류재단 이사장
올해에도 어김없이 나는 대학생들과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최북단 북동부 시베리아에 위치한 러시아 사하자치공화국의 수도 야쿠츠크에서 무더운 여름을 보냈다. 인터넷교육봉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해외봉사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겨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해외봉사 과정에서 지난 8년간 해외 민간문화원운동을 펼쳐온 아시아문화교류재단(ACEF) 이사장의 자격으로 야쿠츠크대학교 총장과 '한국문화원'을 설치하기로 합의하고 양해각서까지 교환하는 수확을 얻기도 하였다. 뜻밖의 큰 수확이었다.
ACEF가 야쿠츠크에 한국문화원을 설치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나는 지난 97년부터 PAS청년봉사단 단장으로서 세 차례나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이곳에서 교육 및 문화봉사를 한 바 있고, 기회 있을 때마다 '동토(凍土)의 땅' 야쿠츠크를 다시 찾곤 했었다. 내가 야쿠츠크를 자주 찾게 된 것은 PAS청년봉사단 창단에 앞장선 PAS사무총장 겸 초대 단장으로서 이곳에서 처녀봉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야쿠츠크는 나의 새로운 고향이 되었고, 그곳 사람들은 나의 고향 사람들이 되었다. 야쿠츠크는 그들의 원주민어로 '오랑카이'이다. '오랑캐' 나라 사람들이 이제 사랑하는 나의 고향 친구가 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해외봉사는 야쿠츠크 이외에도 러시아 이르쿠츠크, 부랴트자치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 베트남 호치민 지역에서 모두 9회에 걸쳐 해마다 이어지게 되었다. 작년부터 베트남 호치민에 설립된 ACEF 호치민 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두 나라 사이의 쌍방간 문화교류와 협력사업을 펴오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야쿠츠크 한국문화원 설립에 진력할 계획으로 있다. 이러한 나의 계획은 정년퇴직 이후에도 이어져 나의 노후의 삶을 더욱 젊고, 윤택하게 할 것이다.
얼마 전 탤런트 김혜자씨가 월드비전 의료봉사단과 함께 파키스탄 지진 피해현장을 찾아 해외봉사를 하고 돌아왔다. 그는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지진은 하늘의 일이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사람이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제봉사를 통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작가 박완서씨와 영화배우 안성기씨도 유니세프친선대사로서 기회 있을 때마다 기아에 허덕이는 에티오피아와 티벳을 찾는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PAS(태평양아시아협회) 등 해외봉사단을 통해 세계의 오지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20세기 아프리카의 성자로 불리는 슈바이처 박사는 그의 자서전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에서 문명한 세계를 떠나 아프리카 오지에서 헌신해온 그의 마지막 삶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봉사는 사랑이다"라고 외친다. 슈바이처 박사는 그의 또 다른 저서 <나의 생애와 사상>에서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 봉사함으로써 세계에 대하여 뜻있고 목적있는 행동을 다하는 것이다"라고 술회한 바 있기도 하다.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 한류가 뜨자 한류를 거부하거나 심지어 혐오하는 조짐이 현지에서 일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러한 우려는 우리 국회에서도 제기된 바 있기도 하다. 국제봉사는 노력봉사와 교육봉사, 문화봉사 등 세 갈래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이들 봉사 가운데 노력봉사는 일방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교육봉사와 문화봉사는 그렇지 않다. 교육봉사와 문화봉사를 일방적으로 수행하려 하는 경우 뜻하지 않은 저항에 부닥치게 된다. 중국과 일본에서 일고 있는 '한류의 역풍(逆風)'에서 보듯 문화의 일방주의는 거부를 부르고 혐오를 낳을 수 있다. 국제봉사도 이제 상호주의에 입각한 이해와 친선 그리고 협력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봉사는 사랑'이라는 슈바이처 정신이 상호주의와 함께 뿌리내릴 때 새로운 단계의 바람직한 국제봉사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 better people better world 머리글 -
(한국인간개발연구원 발간 2005년 12월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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