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진심 어린 단체에 '응원의 손길'이 이어지기를

ACEF 10-10-27 20:12 2,176회
'사랑의 열매'로 상징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 사건으로 연일 시끄럽습니다. 가장 후원이 많이 몰리는 연말을 대비해, 각종 캠페인과 행사를 마련했던 여러 구호 단체들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자칫 이번 일이 전체 기부 문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을 하루에 3~4번씩은 듣습니다.

그때마다 대답합니다. "걱정 마세요. 후원자들도 진심을 다해 일하는 단체는 꼭 알아봐 줄 겁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힘내세요."

지난 2004년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시작했던 우리 이웃 캠페인 팀장을 맡은 이래, 이 분야에서 일한 지 7년째. 거의 매년 이런 일을 겪고 있습니다. 매번 단체 규모와 비리의 성격, 언론 보도의 규모는 다르지만 상황은 비슷합니다.

한 단체, 혹은 한 개인이 저지른 일들이 전체 단체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노력한 사람들까지 마음을 다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들을 돕는 손길이 줄고, 이 사람들의 노력이 무의미해지면,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많은 생명들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립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가장 화나는 일은 정부의 태도입니다. 17일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이 공동 모금회 내부 감사자료를 통해 비리 사건을 밝힌 이후, 바로 다음날 보건복지부 진수희 장관은 언론사 부장단 간담회를 통해 '제2의 모금회'를 만들어야 할 당위성을 설파했습니다. 작년 말부터 이런 조짐은 있었습니다. 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민간 의료비 지원'을 목적으로 한 별도의 모금 조직을 설립하자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고, 이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제2의 모금 단체 설립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우리 책임하에 있던 단체에서 비리가 있었으니 백번 사죄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얘기하는 대신, 돈을 모으는 다른 단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공동모금회는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법에 따라 설립됐습니다. 그간 국내 하나뿐인 법정 공동 모금기관으로, 사실상 국민 성금을 독점 관리해 왔습니다. 다른 단체에 기부하는 것보다 세제 혜택도 커, 전체 모금액의 60%를 내는 기업이 기부 창구로 삼아 왔습니다. 이 때문에 민간단체들의 안타까움도 컸습니다. '상급 기관'처럼 구는 모금회의 관료화와 성과주의로 불만의 목소리가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해결 방법이 정부 주도의 또 다른 모금 단체를 만드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오히려 공동모금회가 만들어진 후 12년간,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하며 커 온 단체들을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NGO 단체가 회계 투명성과 시민 참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인적, 재정적 지원을 하고, 세제 혜택의 폭도 넓혀야 합니다. 정부가 정해 놓은 틀 안에서 매년 '뻔한' 프로그램들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시험해볼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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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0/25/2010102501756.html

허인정 n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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